"좋은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좋으면 좋은거지..." 스무살 문턱에서 만난 남편은 나이차이 만큼의 자상함으로 171cm 48kg인 내가 바람에 날라 갈까봐 (아니, 날아 갈까봐?) ㅋㅋㅋ 바람막이 역할을 해 주었고,
저체중인 내가 밥 숟가락 들 힘조차 없어 보였는지 일일이 떠 먹여주고( 남들이 보면 꼴불견 이었을 거에요ㅋ)
알약 못 삼켜서 가루약으로 갈아주고, 또 가루약 쓰다고 입에 녹는 비닐에 싸서 먹여주는 섬세함을 보여서 1988년 10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넷 째 시숙 일곱째 시동생 다음으로 이어 달리기 한 결혼 이.잖.아.요.
잔가지를 치는 의심 따위나 미래에 대한 불안 걱정 1도 없이 마냥 철없던 李가네 다섯째 며눌로 행복 했었는데...
선의의 경쟁자인 일곱 며눌 사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테리한 21년, 그들의 이별 이야기로 중도 하차한 고운님 대신 듣는 뒷담화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걸~요.
암튼요, 티격태격에서 아웅다웅으로 내가 꿈꾸던 중년의 삶이 아니라 실망 스럽지만 어쩌겠어요?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와버린 36년차 부부라 14년 버텨서 금혼식까지 가려는데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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